반기문 사무총장 연설 (2010년 12월 10일)

무슨 자료일까요?

아래의 내용은 작년 세계인권의 날(2010년 12월 10일) 뉴욕에서 열렸던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폭력 및 제재 철폐” 행사에서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한 연설내용입니다.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견과 차별에 전 세계가 침묵을 깨고 맞서 싸워야 한다는 이 연설은 기념비적인 연설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이후 유엔인권고등판무관(Office of the 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을 비롯한 각종 UN기관에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기반한 차별금지를 주요 의제로 삼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이 연설문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이 연설문은 유엔이 사무국 차원에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를 이유로 한 폭력과 차별"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고 해결의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유엔에 소속된 회원국가들의 법과 정책변화를 위해 조직적으로 리서쉽을 발휘하겠다는 표현이죠. 이런 리더쉽 아래 이 주제와 관련해 다양한 자료들이 개발되고, 각종 국제활동이 조직되고, 인권상황에 대한 주요한 심사기준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거론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이 연설문을 어떻게 활용할까요?

이러한 외교적인 분위기를 근거로 한국이 국내에서의 정책을 바꾸도록 유도할 수 있겠습니다. 반기문 사무총장이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든, 혹은 정부가 외교적으로 어쩔 수 없이 동조하든, 정부는 적어도 대외적으로는 이러한 인권문제에 동참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이 연설문 자체로는 그냥 좋은 말에 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좋은 말을 어떻게 의미있게 바꾸냐는 사용하는 사람의 의지와 전략에 달려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유엔에서 이러한 언급이 있었다는 사실, 구체적인 인용문 등을 언급하며, 정부가 편견과 차별과 맞서 싸워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는 논리를 펼치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편견에 맞서십시오, 폭력에 대항하여 목소리를 내십시오
- 반기문 UN 사무총장,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처벌 철폐” 행사에서

이 중요한 행사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오늘은 세계 인권의 날입니다 . 이 날은 모든 인류의 자유와 보호를 위해 헌정한 날입니다.

성적 지향을 둘러싼 쟁점들이 얼마나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는지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매우 상이한 관점들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도 보았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우리 모두가 동의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인권의 신성함입니다.

양심을 가진 인간으로서 우리는 일반적으로 차별을, 특별히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거부합니다. 누군가 성적 지향을 이유로 공격받고, 학대받거나 감옥으로 보내질 때, 우리는 반드시 이에 맞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방관할 수 없습니다. 침묵할 수 없습니다.

폭력이 개입된 일일 때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에 대한 폭행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에 대한 공격입니다. 폭력은 가정을 파괴합니다. 한 집단과 다른 집단 사이에 대결 구도를 만들어 사회를 분열시킵니다.

게다가 폭력 가해자들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채 빠져나갈 때, 그들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보편적 가치들을 비웃습니다. 우리에게는 차별에 맞서고, 우리의 소중한 동료를 보호하고, 우리의 기본 원칙들을 지켜야할 공동의 책임이 있습니다.

최근 수십년동안 자유민주주의가 세계 곳곳으로 확대되었습니다. 다양성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졌습니다. 오늘날 많은 국가들이 기본권과 자유를 보장하는 현대적 헌법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70개국 이상에서 동성애는 여전히 범죄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옳지 않습니다.

사회적 통념의 뿌리가 깊다는 것 물론 알고 있습니다. 사회 변화가 이루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역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혼돈해서는 안됩니다: 문화적 태도와 보편적 인권이 대립할 때에는, 보편적 인권이 반드시 우선 되어야 합니다. 개인적 반감이나, 심지어 사회적인 반감이 있을 지라도, 체포, 구금, 감금, 괴롭힘이나 고문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습니다.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

저는 UN 사무총장으로 근무를 시작하던 초기부터, 낙인과 차별에 대한 반대를 공개적으로 말해 왔습니다. 각 국 정부에 HIV감염인들의 여행 제한을 풀어주도록 설득해왔고, 몇몇 성공적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최근 아프리카 방문에서는, 동성애를 범죄화하는 법들을 철폐하도록 국가 지도자들에게 강력히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특히 기뻤던 일은, 말라위(Malawi)에 방문했을때 14년형을 받은 젊은 게이 커플을 석방시킬 수 있었던 것입니다. [빙구와] 무타리카 대통령은 약속을 지키셨고, 제가 그곳에 머무는 동안, 제가 석방을 강력히 주장했던 바로 그날, 그들을 석방시켰습니다.

어제 저녁, 저는 포드재단에서 있었던 세계인권의 날 행사에서 발표를 했었습니다. “목소리를 내십시오(Speak Up)”라고 하는, 인권옹호자 분들과의 대화였습니다. 여기 계신 몇몇 분들은 배지를 달고 계시네요.

저와 함께 발표했던 분들 중 한분은 우간다에서 온 젊은 활동가였습니다. 프랭크 무기샤(Frank Mugisha)님은 게이와 레즈비언에 대한 차별을 제도화하는 법안을 중지시키기 위해 그 동안 여러 시민사회단체들과 활동해 오셨습니다. 그분은 탁월한 설득력으로 우리 UN에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전세계 모든 지역에서의 동성애 비범죄화를 위해 지지운동을 전개하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우리가 앞으로 할 일입니다. 우리는 요청을 받았고, 우리는 이에 대답할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모든 일에 헌신할 것입니다. 이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 공적, 사적 외교 수단을 적절히 활용하고자 고심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해 나아갈 것입니다. 어디를 가든, 기회가 있을 때면 언제든지, 저는 계속해서 이 이야기를 꺼낼 것입니다. 제가 그렇게 하려는 이유는 이것이 옳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정의로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오늘, 이 매우 특별한 날이 저에게 큰 의미가 있는 이유입니다. 세계 인권의 날에는 세계인권선언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을 기념합니다. 이 선언은 일부분만의 인권선언이 아닙니다. 이 선언은 어떤 경우에만 해당되는 선언이 아닙니다. 이 선언은 분명 전세계적인 보편적인 선언이며, 예외 없이 모든 인류의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편견에 맞설 때에야 비로소 폭력은 멈출 것입니다. 우리가 목소리를 낼 때에야 비로소 낙인과 차별은 끝날 것입니다. 그러려면 우리 모두가 각자의 소임을 해야 합니다; 집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서로 연대하여 함께 일어나야 합니다.

오늘 여러분이 하시는 토론은 여러분의 것이기도 하고 저의 것이기도 한 이 커다란 캠페인의 일부입니다. 이렇게 함께, 동성애를 범죄화하고, 성적지향 또는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을 용인하고, 폭력을 조장하는 법들을 폐지하려고 합니다.

인간이 이 지구상에 왔을 때 다른 동료 인간을 두려워하며 살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문명화란 언제나 관용, 이해, 상호존중이라는 단어들로 표현되어 왔습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세계의 국가들과 인민들을 향해 동참하라고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정의의 이름으로, 모든 사람의 더 나은 삶을 위해, 같은 지향을 향해 우리와 함께 하자고 말입니다.


번역: 국제인권소식 "통" (tong@tongcenter.org)

올린 날: 2011년 9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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