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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는 시민적, 정치적 권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일까?

아닙니다. 과거에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가 시민적, 정치적 권리와 근본적으로 다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었지요. 하지만 이런 구분은 인위적인 데다가 심지어 자기부정적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흔히 “시민적, 정치적 권리”와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권리”를 구분해서 이야기하는 걸까요? 이런 분류가 생긴 배경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이 때문에 권리들이 공유하는 공통요소들이 묻히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첫째, 이러한 구분이 처음 생긴 데에는 역사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세계인권선언에서는 이 권리들 사이에 아무런 구분을 하지 않았는데, 동서간의 냉전으로 긴장이 심화되면서 이 구분이 등장하게 됩니다. 서구의 시장경제는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더 큰 중점을 두는 경향이 있었고, 반면 동구권의 중앙계획경제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의 중요성를 강조했지요. 이로 인해 두 가지 독립적인 규약 – 하나는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해, 다른 하나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해 – 을 협상하고 채택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다가 냉전시대 이후 이런 엄격한 분리가 폐기되고 세계인권선언 본래의 형태로의 회귀가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최근 수십년 동안에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이나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과 같은 인권조약에서 모든 권리들을 통합하고 있습니다.

둘째,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대해서는 국가가 단순히 개인의 자유를 간섭하지 않기만 하면 되는 것인 반면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대해서는 높은 수준의 투자가 필요한 것처럼 이야기되곤 하였습니다. 물론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들 가운데 많은 경우 권리가 완전하게 향유되도록 하려면 높은 수준의 투자—재정적으로, 인적으로—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서도 노조의 자유나 직업선택의 권리와 같이 국가가 개인의 자유에 대해 간섭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시민적, 정치적 권리가 개인의 자유에 대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완전한 실현을 위해서는 투자가 요구됩니다. 예를 들어, 시민적, 정치적 권리를 위해서는 제대로 기능하는 법원, 수감자에게 최소한의 생활조건을 제공하는 교도소, 법률구조제도,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제도 등과 같은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어야 합니다.

셋째,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가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비해 모호하고 불분명하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모든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가 인권조약에서 같은 수준으로 명료하게 정의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시민적, 정치적 권리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아래 예시들을 보겠습니다.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
 시민적, 정치적 권리
 문화생활에 참여할 권리
 공적 활동에 참여할 권리
 굶주리지 않을 권리
 고문 또는 잔혹하거나, 비인도적이거나, 모욕적인 취급이나 처벌을 받지 않을 권리

마지막으로, 사실상 모든 인권의 향유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읽고 쓰는 능력이 없다면, 직장을 구하거나, 정치적 활동에 참여하거나,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기가 더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마찬가지로, 개인들이 투표권 등 정치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때 기아가 발생할 확률이 더 낮습니다. 따라서 깊숙히 들여다보면, “시민적, 정치적 권리” 나 “경제적, 사회적, 시민적 권리”라는 구분은 별로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시민적,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권리라고 말하는 것이 점점 일반적인 표현이 되어 가고 있지요.

Box 3: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 설명의 예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 위원회는  일련의 일반논평을 통해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들 각각의 내용을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면, 위원회는 교육권에 관한 특별보고관의 작업을 반영하여 일반논평 13(1999)에서 교육권의 본질적인 측면들을 명시하였다:

교육은 형태나 수준에 관계없이 모두 아래와 같은 상호연관적이고 본질적인 측면들을 반영해야 한다:

(a) 이용가능성(availability): 제대로 기능하는 교육기관과 프로그램들이 양적으로 충분하게 마련되어 이용가능해야 한다.

(b) 접근가능성(accessibility): 누구나 교육기관과 프로그램들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접근가능성에는 세 가지 중첩되는 요소들이 있다:
  • 차별금지: 교육은 모든 사람이, 특히 가장 취약한 집단들이, 법적으로 실제적으로, 차별없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 물리적 접근가능성: 교육은 지리적 위치상 출석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편리하거나 (인근지역학교 등)  현대 기술의 도움이 있어 (원격교육 프로그램 이용 등) 물리적으로 안전하게 접근범위 내에 있어야 한다.
  • 경제적 접근가능성: 교육은 누구나 부담할 수 있는 저렴한 비용어야 한다. 초등교육은 “모두에게 무상”으로 제공되어야 하는 한편, 중등 및 고등교육에 대해서는 당사국들이 점진적으로 무상교육을 도입해야 한다.
(c) 용인가능성(acceptability): 교과과정과 교수방법을 포함한 교육의 형식과 내용이 학생에게, 또 경우에 따라서는 학부모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연관성 있고, 문화적으로 적절하며 질적으로 우수함 등).

(d) 융통성(adaptability): 교육은 유연하게 이루어져서 변화하는 사회와 지역사회의 요구에 맞추고,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상호연관되어 있고 필수적인 측면들”의 적절한 적용이 무엇인지 판단할 때, 학생의 최선의 이익이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원문출처:www.ohchr.org/Documents/Publications/FactSheet33en.pdf
번역: 통깨
감수: 흰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