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입니다. 비상사태, 재난, 군사적 충돌 상황에서 국가가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련된 의무를 유보할 수 있다는 명시적 허가가 인권법상에는 없습니다. 사실, 그런 상황에서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 보호를 위해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것이 보통이며, 특히 사회의 가장 소외된 계층의 사람들을 위해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비상사태, 재난, 군사적 충돌 상황에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가 심각하고도 체계적으로 침해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쟁이 일어났을 때 고의적으로 자주 사용되는 전쟁수단이 민간시설을 조직적으로 파괴하거나 강제로 사람들을 이동시키는 것이지요. 고의적으로 굶주리게 만드는 것도 한 예로, 식료품가게를 휩쓸어버리거나, 수확물을 망쳐놓거나, 일부러 구호물자 보급을 방해하는 행위를 합니다. 자연재해의 경우에도, 예컨데 소외된 계층을 소홀히 하면서 긴급구호를 제공한다면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가 침해될 수 있습니다.
군사적 충돌 상황에서, 인권법은 국제인도법(international humanitarian law) – 무력충돌시 무력사용을 제한하는 원칙 및 규칙 – 을 더욱 강화합니다.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의 침해 가운데 몇가지, 예컨대 전쟁수단으로 치료를 거부하고, 재산을 파괴하거나 무단점유하는 것, 고의적으로 민간인을 기아상태로 방치하는 것 등은 이미 국제인도법으로 금지되고 국제범죄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인권법과 국제인도법이 어느 정도 중복되는지는 해석상의 문제이지만, 유엔헌장의 채택과 특히 1968년 국제인권회의 이후 이 두 가지 법체제 사이의 뚜렷했던 차이가 점차 좁혀지고 있습니다. 이 인권회의에서 채택된 테헤란선언에서는, 당사국이 "침략이나 무력 충돌에서 비롯된 대규모의 인권침해"를 근절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Box 13: 분쟁상황에서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의 적용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가 국제인도법과 어떻게 상호연관되어 있는지, 또한 군사적 충돌이나 점령 중에 사회권이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팔레스타인 점령지역 내 장벽건설의 법적 결과에 관한 국제사법재판소의 권고적 의견(2004년 7월 9일)”에서 구체적인 예를 제시하고 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그 권고의견에서 “일부 권리들은 전적으로 국제인도법만의 문제일 것이다; 다른 권리들은 인권법만의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또 어떤 권리들은 이 두가지 국제법 모두의 문제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국제사법재판소가 다음과 같이 밝힌 것이다. “인권규약에서 제공되는 보호는 군사적 충돌이 있는 경우에도 중단되지 않는다” – 이 판결은 전세계 모든 충돌 상황에 적용된다.
결과적으로, 사법재판소는 국제인도법이 적용가능하다고 판결했을 뿐만 아니라, 점령지역에서 점령 세력 (이스라엘)이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대한 국제규약과 아동권리협약의 인권 규정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아동권리협약이 당사국 관할권 내에 거주하는 “아동 개개인에게” 적용되며, 따라서 팔레스타인 점령 지역내의 모든 아동들에게도 협약이 적용된다고 확인했다. 재판소는 사회권 규약과 아동권리협약상의 다양한 규정들이 적용될 수 있다고 판결했으며, 여기에는 노동권, 가족과 어린이 및 청소년이 보호받고 지원받을 권리, 적절한 식량, 의복, 주거 등 적절한 생활수준에 대한 권리, “굶주리지 않을” 권리, 건강권, 교육권 등이 포함된다.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재난과 충돌을 방지하고, 대비하고, 복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연구와 조사결과를 보면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의 향유에 체계적인 차별과 불평등이 존재하면 사회적, 정치적 긴장을 초래하거나 심화시켜서, 마찰을 야기하고, 재난의 피해을 악화시키며, 복구를 방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Box 14: 전환기적 정의와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
전환기적 정의에서 많은 성과가 있었고 또 예외적인 상황도 자주 있었지만, 전환기 사회에서의 정의에서는 주류사회에서의 정의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를 위해 충분한 혹은 체계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필자는 주류사회의 정의가 대응하기 꺼려하는 도전을 전환기적 사회의 정의에서는 꼭 받아들이라고 제안한다: 즉 권리에는 서열이 없음을 인정하고,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를 비롯한 모든 인권에 대한 보호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른 모든 인권처럼,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는 헌법상의 보호, 법률상의 촉진, 그리고 사법적 집행을 요한다. 그러므로 분쟁중에 발생한 모든 인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와 최초에 그 분쟁을 일으켰거나 촉발을 도운 중대한 인권 침해에 대응하는 것이 전환기의 정의를 이루기 위한 종합적인 전략이 될 것이다.
자료출처: 루이 아르보, 유엔 인권고등판무관 , “ 전환기적 사회에서의 경제 및 사회 정의”, Journal of International Law and Politics, 40권 1호 (2007)
|